제목영남-'문화산책' 석성석교수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3/22
- 조회수
- 988
영남일보 2005-03-19
[문화산책] 단편영화는 재미가 없다?
석성석(경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
학생들과 방송 관련 종사자들로부터 단편영화는 재미가 없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 얼마전 최근 자료 중 단편영화 몇 편을 주섬주섬 꺼내 본 적이 있다. 역시 재미가 있는 것보다 없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재미있다, 없다는 평가가 상당히 주관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개인적인 느낌은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단편영화 하면 떠오르는 단어의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일부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는 대부분의 단편영화들이 정형화된 틀, 즉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영화들 속에서 정형화된 영상언어의 형식주의에 질식사한 감독의 상상력을 종종 발견한다.
단편영화의 가장 큰 힘은 무엇인가. 일반 극영화가 가진 상업적 한계를 벗어나 감독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상언어를 연구하고 새로운 영상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기존의 상업영화에 미학적 대안을 제시해 영상산업에서 신선한 산소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그 소임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오히려 일부 영화평론가나 영상 관련 교육 종사자들이 단편영화의 정형화된 틀을 영화제란 형태로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단편영화는 단지상업영화로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한가. 그렇다면 왜 수많은 독립영화 감독들이 생활고를 무릅쓰고 단편영화를 지키고 있는가. 그 이유는 상업영화에서는 시도하기 힘든 '제작의 자율성'과 '감독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상상력'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원화된 관객의 볼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일반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일상적 선입견으로부터 대안적 또는 좀더 확장된 영상언어의 세계를 소개한다는 면에서 정체성이 분명한 영화제가 영상문화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구성요소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영화제의 작품 선정 기준은 차별화보다는 지극히 보편적인 형식의 작품 선정에 더 집중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얼마 전 한 제자가 내게 물었다. 국내 단편영화제의 경우 스타일이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 얘기 속에는 "당연히 제가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려면 그 스타일에 맞추어 작업해야겠지요"라는 질문이 숨겨져 있다. 교육자로서의 내 대답은 늘 그랬듯이 "네 얘기를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라"였다. 그러나 그날 면담이 끝나고 돌아가는 어린 제자의 그림자가 한참 동안 내 연구실을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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