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대구논단-한상인교수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4/07/15
- 조회수
- 1960
대구신문 2004 07 12
<오피니언> 대구論壇-청년실업 어떻게 풀 것인가
한상인 경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금 대학은 긴 여름잠에 빠져 있지만, 한편으로는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다. 예비졸업생들은 학내특강이나 시내 학원가에서 비지땀을 흘려가며 자기 몸 관리(?)에 한창이다.
지난 6월, 산업연구원(KIET)은 ‘2004년 하반기 국내경제 및 산업전망’을 발표하며, “내수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출호조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5%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어 놓았다.
작년의 3%대에도 못 미친 성과에 비하면, 다소 희망적인 낭보에 그나마 기대를 걸어본다. 이제부터 전국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전쟁이 곧 ‘개전’될 것이다.
학교에서는 한 명의 졸업생이라도 더 취업시키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교수들까지 나서서 제자들의 취업을 알선하고 결과에 가슴을 조이게 될 시간이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우리 대구경북의 실업률은 전국 평균 3.8%보다 높은 4.8%로 취업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크다.
그러나 올해도 경제성장의 동력이 수출에 있는 만큼, 내수침체로 인해 실제 체감경기는 성장률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성장동력이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 ‘불임(不姙)수출’이라는 것이다.
중년실업, 여성실업 등과 아울러 15~29세의 청년실업이 장기화되고 ‘고용 없는 경제성장’에 대한 뾰족한 묘안이 서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수출의 고용 감소 속도가 예상 밖으로 빨라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수출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수출의 취업유발계수(생산액 10억원당 필요한 취업자 수)는 90년 31.94명에서 2000년 15.66명으로 10년 사이에 50.9%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의 취업유발계수가 27.1%(32.97명→24.03명) 감소하고, 투자의 취업유발계수가 20.3%(20.2명→16.10명) 줄어든 것에 비해 감소폭이 더욱 큰 것이다. 또한 “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가 매년 3%씩 감소하고 있다”며 “경제성장률이 3% 정도 돼야 현 일자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출만으로 한국경제를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며, 결국 소비와 투자가 함께 살아나지 않으면 실업 해소도 어렵고 경제회복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우리가 부딪히고 있는 실업의 심각성은 ‘청년고용촉진장려금제도’를 도입하고 공무원 채용, 임시직 고용을 늘려 나가겠다는 정부의 미봉책으로 풀릴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점이다.
다른 연령층 취업자 수는 늘었는데 유독 젊은이 일자리는 작년 한해 동안 19만2000여개나 줄어들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도 평균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 8%대에 육박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실업자의 처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일 것이다. 본인은 물론 부모의 심정은 더욱 기막힌다.
올해 대학 졸업식 분위기를 벌써 걱정하는 것이 부질없는 짓이길 빌 뿐이다. 청년을 실업자로 만들어 사회로 내보내는 정부는 변명할 그 어떤 명분도 없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노사문제의 불확실성 극복에 앞장서서, 기업이 적극 투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것이 첫째의 임무이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의 다각화와 미래 주력 수출상품을 집중 육성하며, 수입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적극적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한편, 대학을 둘러싼 취업환경의 악화와 취업에 대한 태도에도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의 수용 범위를 훨씬 넘어선 대학수의 과다와 그 졸업생 숫자도 이제 합리적으로 재조정해야 할 때가 됐고, 3D업종을 기피하는 그들의 직업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산학연간의 연계교육의 강화를 통한 ‘맞춤교육’의 강화와 대기업위주에서 중소기업으로 취업의 눈높이를 낮출 시점에 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합의인 ‘노사정 일자리 사회협약’을 통한 고통의 분담과 이에 대한 확실한 실천이다. 서로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우리의 경제를 직시하길 바란다.
노 대통령이 국회개원연설에서 행한 “우리경제가 결코 위기는 아니다”라며 “과장된 위기론이야말로 시장을 위축시키고 왜곡시킬 뿐 아니라 진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말씀이 제발 경제현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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